Episode 1. life's complex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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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이었다.
다들 한 번쯤은 그런 생각 해본 적 있지 않나?
딱히 어떤 분야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열정을 가지고 무언갈 하고싶다! 하는 것도 없었다.
‘뭐 해 먹고 살아야 되지..’
(전공도 별로 안좋아했다. ㅋㅋ 사실 극혐 했다.)
당시 친한 친구하고 수다 떨면서 얘기했다.
‘내가 하고싶은 전공이냐 분야 생겼으면 좋겠다.. 그러면 진짜 그것만 열심히 할 수 있을텐데’
지금 생각하면 조금(?) 귀엽다ㅋㅋ 앞 문장은 진심이고 뒷 문장을 약간의 허세이지 않았을까?
할 수 있는게 전공 공부 하는 것 밖에 없어,
우선 열심히 학점이나 따고 있었다.
(다시 언급하지만 전공 별로 안좋아한다. )
그러던 중 코로나가 터졌다.
코로나 덕분에(?) 학교 예산이 남아서 외부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했고, 당시 3, 4학년만 참여할 수 있는 인턴십에 2학년도 깍두기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학점은 4점대 중반(정확히는 기억안난다.) 정도로 잘 받아서 인터뷰도 합격했다.
그 인턴십이 실리콘밸리 프리 인턴십이었다.
(사실 말만 그렇지 그냥 시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단기 부트캠프같은 거다. )
개발의 ㄱ도 모르고 학부 수업 들을 때도 C언어 배우면서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이걸 왜 배우는거야? Hello World! 출력해서 어따 써먹어 ㅁㅊ.’였다..
(ㅁㅊ은 많이 순화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 해당 프로그램 교수님한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팀원들한테 민폐가 되지 않을까요?’ 나름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지금 생각하면 어차피 할거면서 그냥 한 번 확인차 물어봤던 것 같기도..)
당연히 교수님은 괜찮다고 하셨다. (사실 이것도 지금 생각하면 한 명이라도 더 지원해서 공백 안나게 하…. 큼)
잘 모르겠다.
그렇게 처음 개발을 시작했다. 당연히 진짜 못했다 ㅋㅋ
Framework가 뭔지, DB가 뭔지, Git이 뭔지, Cloud가 뭔지 각각 왜/어떻게 사용하는지 받아들이기도 바빴다.
하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너무 너무 좋은 팀원들과 올바른 방향으로 리드를 해주시는 멘토님을 만났고, 무사히 프로그램을 마쳤다.
(이 때 오래동안 구글링하고 질문하고 코드 수정하고 에러 해결하고 하면서 했던 기능이 동작하는 걸 봤을 때 기분이 아직도 기억난다. 팀원들한테 민폐만 된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나도 작지만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는게 생겼구나 너무 행복하다.. 라고 생각했다. 팀원들이 보기에는 ㅈㄹ 맞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첫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 이래서 프로그래밍 언어 배우는구나. 재밌다. (학교에서는 맨날 개념, 이론만 배우고 실습 마저도 이론적인 거라서 잘 와닿지 않았다.)
다음부터는 나도 우리 팀원들 처럼 필요한 기능 뚝딱뚝딱 개발하는 시크하고(이건 좀 힘든듯. 귀여운 편이라) 멋지고 든든한 개발자가 되고싶다. == 실력이 좋아서 팀에 도움이 많이 되는 개발자가 되고싶다.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구현 했을 때 기분이 좋았다.
예를 들면, 내가 무슨 아이디어가 있었을 때 개발을 할 수 있으면 바로바로 PoC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협업하는 것도 매우 좋아하지만, 혼자 기획하고 개발하고 서비스 출시하고 기타 등등 자급자족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직업 아닌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들이 생기고 발전하는 환경의 최전선에서 세상의 변화와 혁신을 가져오며 사람들에게 편리한 삶을 제공하고 싶다. ‘ 이렇게 썼던 것 같다.
노트북과 코딩툴 뭐 이런 삐까뻔쩍한 장비와 특유의 머리 좋아보이는 느낌의, 친구 없는 듯한 너드한 사람이 조용히 세상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설정은 지금 생각해도 충분히 매력적이긴하다.
(난 항상 이미지를 그리면 영화 캐릭터를 생각하는데 최근에는 베이커가의 망령의 노아의 방주 정도가 떠오른다. 캐릭터가 AI라는 점에서 특이하긴 한데..)
사실 요즘에 너무 많은 시련과 실패(같아 보이는 것과, 단기적으로)를 겪어 과거에 나의 장점이었던 것도 다 사라지고 없는 것 같다. 물론 취준 시즌과 겹쳐 더 우울하고 커보이는 감정일 수도 있다. 근데 뭐 어쩌겠냐ㅋㅋㅋ
억텐으로 그래도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이런 경험해서 다행이다. 다음부터는 이렇게 저렇게 하고 그러지 말아야지. 그리고 이런 저런 일들을 통해서 내 성향과 패턴을 더 잘 알게되긴 했네. 뭐 그런 말 굳이 굳이 하고싶지 않지만, 근데 그게 사실일 것 같다. 뭐 오히려 좋아ㅋㅋㅋ(진짜 좋은거 맞음?ㅋㅋㅋ)
옛날에 친구한테 ‘아니 근데 왜 연애하는거야?’라고 물어봤다.
친구가 ‘그냥 어떤 일이 있어도 최소한 내 편 한 명 늘 있는거잖아.’라고 했는데 그게 좀 기억에 남았다.
저 때 그 밸런스 게임(?)도 많이 했다.
연인이 무슨 얘기를 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까 내 연인의 잘못이다.
이 때 친구는 그래도 ‘연인의 편을 들어준다.(같이 욕해준다)’였고,
나는 ‘아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한다.’였다.
(현실에서는 굳이 말 안하는 방법도 있긴하다.)
그래서 내가 ‘아니 왜? 그냥 별 기분 안 상하게 말하면 되잖아.
굳이 거짓말 하면서 까지 편 들어줄 필요가 있어? 그게 좋아?’ 그랬다.
내가 맘에도 없는 말을 잘 못하기도 하고 굳이 상대방에게 위로를 받고 싶지도 않아 하는 것도 있다.
(긱사 언니한테 배운 화법인데 일명 유치원 선생님 화법이다.) 그냥 ‘그랬구나… 너는 그렇게 생각했구나 힘들었겠다.(공감 파트 + 최대한 스윗하게) 근데 내 생각에는 블라블라. 어쩌구 저쩌구 긍정적인 내용 그러면 어떨까? (내 생각 파트 + 부드러운 마무리)’ 이런식으로 말하면 괜찮지 않아? 그랬다.
원래 내 성격대로라면 '이건 걔가 잘못한 것 같고, 이 부분은 너가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근데 뭐 항상 그렇게 말처럼 쉽게 되진 않으니까 그냥 무시하고 나랑 영화나 보러 가쟈~' 이 정도로 했을 것 같다.
근데 그 친구는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내 편 들어주는 사람 있다는
그런 안정감이 여자친구/남자친구가 있어서 좋은 점이지.’라고 했다.
나는 전혀 예상도 못했었다. 짜식 생각보다 생각이 깊고 좋은 사람이구나 생각 했다.
내가 워낙 독립적인 편이기도 하고 사실 별로 누구한테 의지하고 그런 편도 아니여서
일학년 때 부터 ‘인생은 원래 혼자야~ 혼자 살다 혼자 죽는거야~!’를 외치고 살았다.
근데 생각해보니 그 친구는 항상 내 편 들어줬던 것 같다. 근데 표현이 그지같아서 그렇게 잘 와닿진 않았다.
다른 친구들도 비슷했는데 다들 참 따듯하고 다정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었다.
뭐 그렇다고 내가 그걸 진심으로 믿고 받아들이는 것은 체질적으로 힘들겠지만,
항상 너무 고맙다는 생각은 하고있다. 진심이다.
뭐 그래서 그 친구랑 뭐 저런 대화를 나누고 나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게 되게 내 인생에도 영향을 많이 미쳤다.
그래서 나한테 소중한 사람들한테는 나도 늘 같은 편이 되어주려고 한다.
근데 이건 우선 공과사 구분되는 영역이고,
그런 성향을 보인다고 뭐 이상한 사람이 내가 자신의 편이라는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암튼
근데 그 친구는 365일 내내 10년이고 20년이고 맨날 하루하루 설레는 연애 하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이상향을 가지고 있다. 말하는거랑 실제랑 조금 다르다 ㅋ
생각해보니 나도 ‘아니 근데 왜 연애하는거야?’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그냥 '기분 좋잖아~~~'라고 했다.ㅋㅋㅋ
보면 생각이 많은거 치곤 세상 참 단순하게 사는 것 같다.